멜기세덱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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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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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은 누구인가?
1. 서론: 성경 속의 수수께끼 같은 인물
멜기세덱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신비롭고 해석이 분분한 인물이다. 그는 창세기 14장에 단 한 번 등장하지만, 시편 110편과 히브리서 5~7장에서 다시 언급되며 그리스도의 제사장직과 직결된 인물로 확장된다. 이름의 뜻은 “의(義)의 왕”이며, 살렘 왕(평강의 왕)이라 불린다.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에게 떡과 포도주를 내어주며 복을 빌고,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일조를 바친다(창14:18–20). 이 짧은 사건이 구약과 신약의 신학적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 멜기세덱은 단순한 고대 왕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적 계획 속 중요한 상징적 인물로 이해된다.
2. 성경 본문 속 멜기세덱의 등장
2.1 창세기 14장 18–20절
아브라함이 엘람 왕 그돌라오멜과 동맹국들을 물리친 후, 살렘 왕 멜기세덱이 그를 맞이한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고, 아브라함에게 복을 빌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아브라함은 그에게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바친다. 이 짧은 장면은 고대 근동의 제사장-왕 전통과는 다르게, 하나님 중심의 제사장직을 보여준다.
2.2 시편 110편 4절
“너는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라”라는 말씀은 메시아가 다윗 왕권을 잇되, 동시에 멜기세덱과 같은 제사장직을 수행할 것임을 예언한다. 여기서 멜기세덱은 왕과 제사장의 통합된 모형으로서 메시아의 예표가 된다.
2.3 히브리서 7장
히브리서 기자는 멜기세덱을 자세히 해석한다. 그는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으며, 족보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는 자”(히 7:3)로 묘사되며, 이는 문자적 의미가 아니라 영원성의 상징적 표현이다. 즉, 멜기세덱의 제사장직은 아론 계열의 한시적 제사직과 달리 영원한 성격을 가짐을 보여준다.
3. 멜기세덱에 대한 대표적 해석
성경해석사에서 멜기세덱은 주로 다음 다섯 가지 범주로 이해되어 왔다.
3.1 셈설
유대교 전승(탈무드, 예루살렘 타르굼 등)에 따르면 멜기세덱은 노아의 아들 셈이다. 셈은 노아 이후 가장 경건한 족장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던 전통을 유지한 인물이었다. 따라서 아브라함이 십일조를 드렸다는 것은 족장적 신앙의 계승과 존경의 표현으로 본다. 그러나 이 견해는 히브리서의 신학적 해석과는 어긋난다. 왜냐하면 히브리서는 멜기세덱을 족보 밖의 존재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3.2 살렘의 제사장설(역사적 인물설)
멜기세덱은 예루살렘(당시 ‘살렘’)의 실제 왕이며, 그 지역의 신앙공동체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섬기던 제사장이었다는 견해다. 아브라함은 그를 통해 하나님께 예배한 것이다. 칼빈, 키델, 델리취 등 많은 보수신학자들은 이 입장을 따른다. 이 견해는 역사성과 신앙성을 동시에 인정하지만, 멜기세덱의 신비성과 영원성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3.3 그리스도의 현현설(Christophany)
일부 교부들과 경건주의 전통은 멜기세덱을 성육신 이전의 그리스도께서 잠시 나타나신 사건으로 본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고 족보도 없다’는 히브리서의 묘사를 문자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 견해는 신비적이며 경건적 열정을 자극하지만, 신학적으로는 예표와 현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는 한계가 있다.
3.4 그리스도의 예표설(Typology)
개혁신학 전통(칼빈, 루터 등)은 멜기세덱을 역사적 인물이지만, 그리스도의 영원한 제사장직을 미리 보여주는 예표로 이해한다. 히브리서 7장은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이 아론 계열보다 우월함을 설명하기 위해 멜기세덱을 인용한다. 따라서 멜기세덱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의 모형”이다.
3.5 상징설(문학적 상징 또는 전승설)
현대 자유주의 신학은 멜기세덱을 역사적 인물이라기보다 문학적 상징으로 본다. 즉, 고대 예루살렘 전승 속 ‘보편적 제사장’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견해는 문학적 접근에서는 설득력이 있으나, 신학적 실체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4. 신학적 의미와 교훈
4.1. 제사장직의 연속성과 초월성
멜기세덱의 제사장직은 족보나 율법 이전에 존재했으며, 이는 아론 제사장직을 초월하는 보편적 제사직을 보여준다. 결국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은 혈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에 근거함을 드러낸다.
4.2. 그리스도의 예표
멜기세덱은 ‘의와 평강의 왕’으로 불리며, 떡과 포도주를 내놓는다. 이는 명백히 성찬의 예표로서, 그리스도의 구속사적 사역을 미리 보여준다.
4.3.. 신앙의 중심성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친 것은 인간 제도나 율법 이전에 존재한 ‘신앙의 자발적 헌신’을 상징한다. 그는 하나님께 속한 제사장을 알아보고 복종한 것이다.
4.4. 하나님의 주권적 계시 방식
멜기세덱의 정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다. 하나님은 인물의 신분보다 그를 통해 드러나는 계시의 메시지에 초점을 두셨다.
5. 결론: 멜기세덱의 신비와 그리스도의 영광
멜기세덱은 단순한 구약의 인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영원한 제사장직을 예표한 존재다. 그는 “살렘의 왕”으로서 평강의 상징이며, “의의 왕”으로서 구속의 전조를 나타낸다. 히브리서 기자가 말하듯, 예수 그리스도는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라 영원한 제사장”(히 7:17)이시다. 그러므로 멜기세덱을 이해하는 일은 단지 구약의 신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의 깊이와 영원성을 묵상하는 일이다.
멜기세덱은 셈일 수도, 실존 제사장일 수도, 그리스도의 현현일 수도 있으나, 그 신학적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제사장직의 예표’라는 데 있다. 하나님은 그를 통해 인간 제도 밖에서 임하시는 은혜의 질서를 미리 보여주셨다.
참고 문헌 및 추천 자료
John Calvin, Commentaries on Genesis and Commentary on Hebrews.
Geerhardus Vos, Biblical Theology.
F. Delitzsch, Commentary on the Epistle to the Hebrews.
Meredith G. Kline, “Melchizedek and the Structure of Biblical Covenants.”
R.C. Sproul, Faith Alone.
박윤선, 《히브리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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