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계보와 하나님의 보존 은혜
작성자 정보
- 최광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80 조회
- 1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성경에서 믿음의 계보를 추적하다 보면 한 가지 큰 의문이 떠오른다. 노아 이후 셈의 후손들 가운데는 하나님을 알고 섬긴 자들이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왜 세월이 흐르며 결국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가문만이 ‘믿음의 계보’로 남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성경의 기록을 세밀히 살펴보면, 이는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구속사의 방향을 특정한 가문 속에 집중시키신 선택과 보존의 은혜의 결과임이 드러난다.
1. 아브라함 시대의 신앙적 지형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시대에 지상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연대적으로 볼 때 노아의 아들 셈도 여전히 생존해 있었고, 살렘의 제사장 멜기세덱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창 14:18)으로 등장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떠난 자(욥 1:1) 욥 역시 아브라함과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보인다. 이처럼 당시에도 하나님을 아는 경건한 잔존자(remnant)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성경은 오직 아브라함의 가문을 구속사의 중심으로 세우며, 그 후손에게만 하나님의 언약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개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단순히 더 나은 신앙인을 찾으신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안에서 언약을 집중시키신 사건이었다.
2. 인간의 타락성과 신앙의 단절
노아 홍수 이후 인류는 새 출발을 맞았지만, 곧 바벨 사건을 통해 다시 교만과 자기중심의 길로 돌아섰다. “우리가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 우리의 이름을 내자”(창 11:4)라는 외침은 하나님 하나님을 배제한 인간의 나라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셈의 후손들 역시 신앙의 순수성이 점차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신앙은 단순히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에 달려 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가 단절될 때, 신앙은 전통이나 제의로 남을 뿐이다. 결국 인류의 대다수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남았으나, 그분을 경외하는 마음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3. 언약의 선택과 보존의 은혜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셨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이 부르심은 단지 한 사람의 회심이 아니라, 인류 구속사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언약적 선택의 사건이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단지 약속만 하신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이 “너와 네 후손 사이에 대대로 영원한 언약”(창 17:7)이 되게 하셨다. 이로써 하나님은 믿음의 계보를 한 가문 안에 집중시키셨고, 그 계보가 끊어지지 않도록 친히 개입하셨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은 모두 약점이 있는 자들이었다. 아브라함은 불신앙으로 아내를 누이라 속였고, 이삭은 편애로 가정을 흔들었으며, 야곱은 속임수로 복을 빼앗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언약을 파기하지 않으셨다. 그분의 약속은 사람의 완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함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버리지 아니하시며, 그 기업을 떠나지 아니하시리로다.”(시 94:14) 이것이 바로 보존의 은혜이다. 하나님은 택하신 자를 끝까지 붙드시며, 신앙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세대마다 새롭게 역사하신다.
4. 믿음의 전승과 은혜의 원리
신앙의 계보는 혈통이나 문화적 전통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라도 자녀의 믿음을 보장할 수 없음을 성경과 현실에서 확인한다. 믿음은 언제나 하나님의 선택과 성령의 역사로만 이어진다. 그러므로 신앙의 지속은 인간의 신실함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달려 있다. 바울은 이를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그런즉 원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달음박질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음이라.”(롬 9:16) 하나님께서 언약의 가문을 지키신 것처럼, 오늘날 교회와 성도 또한 그분의 은혜로만 보존된다. 이는 믿음의 계보가 혈통의 이야기가 아니라 ‘은혜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5. 결론
아브라함의 시대에 셈도 있었고 욥도 있었으며, 그 외에도 하나님을 경외하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대를 지나며 남은 것은 오직 하나님의 언약 속에서 붙들린 아브라함의 후손뿐이었다. 이는 믿음이 인간의 유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과 보존의 은혜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결국 신앙의 역사는 인간의 열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신실하심으로 그분의 언약을 세대에 걸쳐 지켜가시는 은혜의 역사이다. 하나님이 붙드신 가문, 하나님이 변질을 막으신 교회, 그 속에 진정한 믿음의 계보가 존재한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